표지 & 서문





저자 서문

종교 조직의 역사를 살피다 보면, 겉모습 뒤에 숨은 조직의 참 특성과 본질적 정신을 깨닫게 되는 결정적 순간 또는 상황을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 때가 오면, 조직이 스스로 갖는 자기 이미지는 무엇인지, 조직이 갖는 정신과 세계관의 태도는 어떠한지, 조직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조직에 반대하는 도전이 있을 때 어떤 패턴으로 처리하는지를 더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밝혀진 특성들은 그 동안 겉으로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 사실은 그 조직의 내부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로서, 심지어는 조직이 보여줬던 모습이나 강조하던 원칙과 상충되기까지 합니다. 그런 결정적 순간에 드러난 조직의 본 모습은 일반 성원들의 마음 속에 있던 조직의 이미지와는 판이하게 다를 수 있으며, 중심부 성원들이 조직의 실체를 알아채지 못하도록 효과적으로 은폐한다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에 어느 정도는 관련이 있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내용을 보고 그 출처와 타당성을 자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 세상 사람들은 특정 목적을 가진 보이는 조직체가 어느 정도의 권력를 갖고 있음을 압니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여러 조직들을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우리는 주님의 부르심에 복종하기 때문에 조직들의 밖으로 나왔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조직도 없는 일단의 무리가 어떤 일을 해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들이 보기에 우리는 오합지졸의 말썽꾼들로써 별난 생각과 별난 희망을 가진 별 볼일 없는 괴짜들로 여겨집니다.
  • 우리는 비록 소수로서 각자 멀리 흩어져 있지만, 주님의 지도 아래서 참으로 거룩하게 되어, 그리스도의 영 ,그리고 사랑, 소망, 믿음으로 밀접히 연합되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주의 명령에 따르면서 그분의 목적의 성취를 위해 견고한 군대로서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숫자에 의존하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사사기 7장 설명 참조)
  • … 우리는 우리의 머리(그리스도)께서 주신 그리스도인이라는 명칭 이외에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를 언제나 거부하며, 그리스도의 영과 말씀을 통해 알려 주신 본을 따르는 사람들끼리 서로 구별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계속 주장합니다.
  • “조직”을 조심하십시오. 그것은 전혀 불필요한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유일한 규칙은 성서 규칙뿐입니다. 다른 사람의 양심을 구속하지 말고, 다른 사람 또한 당신의 양심을 구속하지 못하게 하십시오. 오늘 하느님의 말씀을 이해한 만큼 믿고 순종하십시오. 그리고 날마다 은혜와 지식과 사랑 안에서 계속 자라십시오.
  • … 사람들이 우리를 어떤 이름으로 부르던지, 그것은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늘아래 만민에게 주어진 유일한 이름" 즉 예수그리스도 이외의 다른 이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단순히 그리스도인으로 부르며, 바울이 언급한 것처럼 건물 머릿돌 위에 믿음의 기초를 세운 모든 사람들과 우리 사이에 어떤 울타리도 치지 않습니다. “이는 성경대로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위하여 죽으”셨기 때문입니다. 울타리를 치는 사람들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지닐 자격이 없습니다.

위에 나오는 기사들과 그 기사들이 주장한 원칙들을 오늘날 여호와의 증인들에게 평가 해 달라고 하면, 대부분은 “배교”적인 자료라고 구분해 버릴 것입니다. 그러나 위 자료들의 실제 출처는 초창기 「파수대」 입니다. [각주1) 「파수대」영문 1883년 3월호, 1884년 2월호, 1885년 9월 15일호 참조. 해당 기사들의 실제 사진은 「그리스도인 자유를 찾아서」(In Search of Christian Freedom) 영문판 72-76면에 실려 있다. ] 눈에 보이는 어떤 조직적인 체계 없이 자유롭게 연합하던 초창기 성원들은 조직을 갖추는 면에서 큰 변화를 하게 됩니다. 독특한 이름으로 스스로를 구분하고 자신들만이 참 그리스도인이라고 주장하는 매우 중앙 집중적인 조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과거의 출판물에서 옹호하던 교리들을 거부하거나 폐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조직화의 변화는 이미 수 십 년 전에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그 때 자리잡은 패턴은 여전히 남아서 오늘날까지 영향력을 떨치고 있습니다.

「양심의 위기」에 나오는 사건과 상황들도 비슷합니다. 좀 더 최근에 있었던 ‘결정적 순간’의 일들입니다. 앞서 인용한 초창기 파수대 기사 만큼이나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제 4판(2004년에 개정)에서는 그 결정적 순간의 사건들이 그 후로도 계속, 21세기까지 이르도록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시간이 갈 수록, 이 책의 내용들의 신빙성과 필요성이 줄어들기는 커녕 더욱 커져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 결정적 사건을 배경으로, 우리는 이 책이 처음 출판되었을 때 만큼이나 의미있고 중대해진 오늘날의 현실을 직시하게 됩니다.